생활수필

아버지와 라디오

미소소율 2014. 1. 7. 18:43


돌아가신 아버지의 아침기상을 알리는 건 라디오 였다.
KBS AM 제 1라디오...
외출을 안 하시는 날, 그 낡은 트랜지스터 라디오는 아버지가 주무실때야 꺼진다.
가끔 들으시면서 웃으신다.
그 큰 코를 벌름거리시며...
아버지 외엔 아무도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에 그 웃음에 동참하는 이는 없다.

아버지에게 라디오는 뉴스를 통해 세상의 소식을 전하고
연예인들의 토크 프로를 통해 아버지에겐 없는 유머를 선사한다.

내 나이 새해 들어 52세,
나의 기상을 알리는거도 라디오다.
단 FM이란게 다른 점...
나의 라디오는 밤 8시가 되어야 TV에게 양보하고 꺼진다.

일상생활처럼 라디오를 켜고 아침을 시작하는 나도 
가끔 라디오를 들으며 웃고 있다.
웃으면서 종종 아버지를 생각한다.
왜 그렇게 하루종일 라디오를 켜놓고 생활하셨을까?...를 알기에...

새벽에 홀로 일어났을때의 공허함을 없애주고,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가정에서의 카리스마로 인한 고독감을 회피하며,
 24시간 쉴새없이 세상의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의 목소리를
당신을  위한 대화로 듣는다는 것...
후후~ 아버지, 제 말이 맞지요?



'생활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이  (0) 2014.01.23
즐기는 재주  (0) 2014.01.16
나의 40대  (0) 2014.01.03
2013년을 보내며...(2)  (0) 2013.12.31
2013년을 보내며(1)  (0) 2013.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