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필

지금 생각해보니...

미소소율 2014. 3. 26. 11:47

블로그 지인의 방에서 우연히 댓글로 주고 받은 글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옛생각이 났다.

자신이 죽으면 추레하게 사는 남편 모습이 싫으니 남편은 꼭 재혼하길 바란다는 이야기 였는데

예전에 같은 생각이었던 내 자신이 떠올라서 가슴이 찌릿해왔다.


한달정도 였다고 했다.

내가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었던 시간이...

깨어나보니 뼈만 남은 앙상한 몸에 혼자서는 앉을수도 없었다.

퇴원과 입원을 번갈아 하며 나는 삶의 의욕을 잃었다.

퇴원해서 집에서 아이들과 밥을 먹던 어느날...

그때는 할머니가 해놓고 간 반찬을 당시 중학생이던 딸과 초등학생이던 아들이 차려와 밥을 먹었었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아이들에게 말을 했다.

'엄마가 죽으면, 아빠를 믿고 밝게 살아야 한다,

아빠 나이 아직 젊으니 아빠는 재혼을 하셔야 할거야...

너희들은 서로 의지하고 아빠와 함께...'

그때 딸이 벌떡 일어나며 매몰차게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아빠가 재혼하시면 새엄마랑 잘 살아란 말이야?

됐어! 아빠는 재혼 하시라 해! 그러면 나는 집 나가서 혼자 살거니깐,

죽어도 나는 새엄마랑은 안 살아!'

나는 딸을 황망히 쳐다봤다. 딸은 씩씩대기까지 했다.

아들을 쳐다보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누나와 나를 번갈아 본다.

저게 정말로 실행에 옮길수도 있겠구나~

나의 오래된 병원생활에 웃음기를 싸악 잃어버린 딸이었다.

나는 입을 다물고 남편만 생각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미처 못한 나를,.

그리고 내가 힘들다고 삶의 끈을 그만 놓으려 한 내 자신을 황망히 반성했다.


지금은 따스한 미소를 지을줄 알고,

퇴근후, 엄마가 차려준 밥을 아주 좋아하는 딸을 보며,

엄마로서 내가 할일을 그리 쉽게 그만 둘려 했던 그당시의 나를 일깨워준게 그때 딸의 그 말이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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