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여행

공지영의 '고등어'

미소소율 2011. 10. 5. 20:40

가끔씩 방파제 멀리로 은빛 비늘을 무수히 반짝이며 고등어떼가 내 곁을 스쳐 지나가기도 했는데,

살아있는 고등어떼를 본 일이 있니?

그것은 환희의 빛깔이야. 짙은 초록의 등을 가진 은빛 물고기떼. 화살처럼 자유롭게 물속을 오가는 자유의 떼들,

초록의 등을 한 탱탱한 생명체들. 서울에 와서 나는 다시 그들을 만났지.

그들은 소금에 절여져서 시장 좌판에 얹혀져 있었어,배가 갈라지고 오장육부가 뽑혀져 나가고.

그들은 생각할거야.시장의 좌판에 누워서.

나는 어쩌다 푸른 바다를 떠나서 이렇게 소금에 절여져 있을까 하고. 하지만 석쇠에 구워질때쯤 그들은 생각할지도 모르지.

나는 왜 한때 그 바닷속을,대체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다녔을까 하고.

 

언젠가 대학 사학년때인가 거리로 뛰쳐나가 시위를 시작하던 그들에게 사람들이 처음 보냈던

그 무심함이 떠 올랐다. 외치던 그들, 매 맞던 그들, 끌려가던 그들을  바라보던 그 무심한 눈동자......

                        

                                                                        공지영의 '고등어' 에서..

 

그 무심한 눈동자에 나도 있었다

하지만 후회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들을 잊은적은 없다

80년대에 젊은시절을 보낸이들이라면 용기가 없어서였든지, 생각이 달라서 였든지간에

어찌 그들을 잊을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