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졸라 블로그에 가입해서
다른 이들이 쓴 글을 읽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버갯속 영감'
시종일관 가슴이 따스해지고 읽고있는 내내 미소가 지어지는 보석 같은 글이었다.
글을 쓰신 분은 김형철님으로 벌써 책으로 나와 있었다.
작가가 태안군 태안읍 도내리2구로 귀촌을 결심하고 집을 새로 지으면서 만나게 된 '버갯속 영감'
도내리 이장직을 28년동안 역임해서 몇십년동안 '이장 영감'이라 불리어 왔는데
76세에 들어서 작가와의 만남으로 자연스레 '버갯속 영감'으로 바뀌어 불리게 되었다.
영감이 약쑥을 조금 가져오면서 쑥 이파리를 떼어 버갯속에 넣으면
머리도 맑고...잠도 잘 온다는 말을 듣고
'버갯속'이라는 충청도 사투리가 작가 귀에 별나게 들리면서
'버갯속 영감'은
바다를 막아 간척지를 일구던 30대의 젊은 이장이 아닌
70대의 자연인 영감으로
작가와 만남을 시작한 것이다.
귀도 잘 안들리고 했던 말을 하고 또 해도
작가는 영감의 속 마음을 잘 읽어 나간다.
작가는 70영감이 바지에 오줌을 지려도 (전립선염으로 인해 )
화장실이 아닌 도내리 논과 밭 어디에서건 해우를 해도 쑥스럽지 않게끔 행동한다.
영감의 좁아진 어깨,( 마을회관에서의 반상회 모임에서)
자기주장을 앞세우지 않는 집안의 어른...(나이 든 자식들에 대한 배려 )
할멈에 대한 영감의 애잔한 정과 각방 쓰는 현실...이
한때는 우직하게 바다를 막아 논을 만들고 새마을 운동,도로 포장등으로 기초 마을을 부자 마을로 만들어
마을회관 앞뜰에 공적비도 세워져 있을 만큼 치열하게 살아 온 영감의 현실이다.
그저 무던하게 이웃과 어울리려는 작가에게
그것은 애잔하고 끈끈한 우정어린 존경심을 불러 일으킨다.
몸져 누우신지 3년...
작가는 눕기직전까지 약쑥캐는 곳을 못 가르쳐줘서 안타까워 하던 영감이 떠오른다
버갯속 영감이 떠나셨다. 83세의 나이로...
나는 영감님도 행운아란 생각을 했다.
70대에 만난 60대 친구... 생각과 말이 통하는 친구...
쉬운 만남은 아니기 때문이다.
죽기전까지 늘 바쁜 인생...( 소소한 일일망정 )
내가 바라는 여생이다.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 만남이었다.내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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